[인지청구 후기] 30년 만에 아버지를 찾기로 했다 (1)
없는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고..?
이 글을 쓰는 이유
인터넷 검색창에 '친부 찾기', '인지청구 소송', '아버지 찾는 법'을 쳐봐도 나오는 건 변호사들이 쓴 광고 글이거나, 간단한 질의응답 지식인 글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유튜브에 검색을 해도 일반적인 소개밖에 없거나, 나와 맞지 않는 사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법률 사무소의 뻔한 마케팅 글, 성공 사례를 요약해 둔 콘텐츠뿐.
단서 하나 없이 막막한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찾을 수 있는지, 찾은 이후에 어떤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
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콘텐츠는 부족했다.

그래서 그냥 내가 쓰기로 했다.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아서, 결국 소송까지하고 내 가족관계증명서에 반영되기 까지의 이야기를.
인지청구 이후에는 과거의 양육비에 대한 청구 소송까지 진행하는 과정까지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남들 다 아는 자기 아빠 얼굴을 나만 모른다는 거, 이게 생각보다 되게 답답하다.
찾고는 싶은데 괜히 이상한 데 헛돈만 쓸까봐 겁도 났었고.
소송 같은 건 해 본 적도 없어서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나처럼 맨땅에 헤딩하며 쓸데없는 돈과 시간을 날리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로 이 글은 특정 변호사를 소개하거나 하는 홍보 글은 절대 아니며,
소중한 내 돈을 써서 경험한 내돈내산(?) 글이다.
하나의 사례로서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자세한 법적인 절차는 개인마다 상이하므로 전문가를 통해 문의해주시기를 바란다.
태어날 때부터 나는 아버지가 없었다
"하늘나라에 가셨어."
엄마가 말했다.
슬프게도 너무 어색한 표정으로 말하셨기에,
어린 나이에도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물으면 안 된다는 것을.
사진 한 장 없었다.
그래서 나는 친부의 얼굴조차 모르고 살았다.
분명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다.
어린 나에게는 그 어떤 선택권도 없었으니까.

7살 때쯤.
어째서인지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거기서 일본인 새아버지와 셋이서 10년을 살았다.
일본 생활은 행복하지 못했다.
끝내 적응하지 못한 나는,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그게 내 인생에서 나 스스로 결정한 첫 번째 선택이었다.
한국으로 혼자 돌아와서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도 가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내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 일본에서 연락이 왔다.
일본인 새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서류상의 새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피를 나눈 친아버지는 존재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나는 이제 진짜로 아빠가 없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아버지 찾기를 결심하다
문득 친아버지에 대해서 너무 궁금해졌다.
그리고 왠지 어릴 적 나에게 했던 얘기가 어머니가 얘기를 회피한 것뿐이지,
아버지가 살아 계시지 않을까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뿌리를 찾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내가 누구의 피를 물려받았는지, 내 친아버지라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더 늦으면 진짜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주말에 어머니를 찾아갔다.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어머니에게 자연스럽게 물었다.
"어렸을 때 내가 친아버지가 있냐고 물어봤을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말했었잖아. 그거 정말이야? "
어머니는 한참 동안 말이 없으셨다.
그러더니 30년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기 시작하셨다.
내가 태어나기 전 어머니는 그 사람과 3년간 연애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아버지는 유부남이었으나, 어머니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연애를 했다고 한다.
이후 어머니는 나를 임신하게 되었고
워낙 옛날인지라 그 사실을 그쪽 집안에서 알게 되었을 때는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그쪽 집안에서는 아버지라는 사람과 평생 절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요구를 했고,
어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나를 낳고 기르기로 결심하셨다.
홀로 나를 키우시던 어머니는 교회를 다니셨다.
어느 날 교회는 선교를 하러 간다는 명목으로 일본으로 이전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에 가기 위해서는 비자 요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그때 일본인 아버지와 인연이 닿게 되었고, 서류상 혼인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랑 나는 일본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30년 만에 어머니의 고백을 듣고 나니 머리가 띵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에 대한 단서를 구했다.
어머니는 아주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거리며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버지는 OO 소속의 OO 지역에서 복무하였던 직업군인이었던 것 같다고.
그리고 이름 석 자를 알려주셨다.
결국 내가 아는 건 이름 석 자랑 군인이었다는 거, 그게 다였다.
얼굴 사진 한 장도, 주민번호도, 전화번호도 아무것도 없었다.
이 막막한 단서 하나를 들고 나는 30년 만에 친아버지를 찾는 추적을 시작하기로 했다.
친부 찾기 여정과 소송 히스토리는 글이 길어서 나눠서 작성하고자 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