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청구 후기] 아버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하다 (3)

어머니의 사실확인서를 받으러 일본까지

서류 준비

계약을 하고 집에 돌아온 그날 저녁, 변호사님한테서 메일이 한 통 왔다.
소장을 쓰려면 필요한 서류 목록이었다.

  • 가족관계증명서
  • 기본증명서
  • 제적등본
  • 주민등록초본
  • 그리고 어머니가 직접 쓴 사실확인서
인지청구 서류 준비 리스트

끙... 떼야 되는 서류 종류가 많구나..

증명서들은 인터넷으로 떼면 되니까 어렵지는 않았다.
(어머니꺼 하나, 내꺼 하나가 번거로웠다. 로그인을 두번해야하니까 ㅋㅋ)

참고로 사실확인서를 제외한 주요 서류의 발급 방법은 아래와 같다.

소장에 필요한 증명서 (인터넷 발급 기준)
서류발급처준비물
가족관계증명서대한민국 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공동인증서, 간편인증서
기본증명서
제적등본
주민등록초본정부24

문제는 마지막, 어머니의 사실확인서였다.
사실확인서란 무엇인가. 인터넷에 다시 폭풍 검색을 해보았다.

사실확인서 AI 검색 결과
그렇다고 한다

위 내용만으로는 도대체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안왔다.
그래서 다시 변호사님에게 여쭤봤다.


"사실확인서는 어떻게 써야될까요..?"

아버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연락이 끊길 때까지,
기억나는 대로 최대한 자세하게 써 달라고 하셨다.

귀찮아 짤
대신 써주시면 안될까요

당시 어머니는 일본에 계셨고, 연세도 있으셨다.
30년도 더 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써 내려가시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타이밍도 어긋나서
어머니는 바로 지난주에 나를 보러 잠깐 한국에 오셨다가, 며칠 전에 일본으로 돌아가신 참이었다.
(조금만 일찍 계약했으면 그때 바로 받았을 텐데..ㅠ)

메일을 받고 5분 만에 답장을 보냈다.
어머니가 일본에 계신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한국에는 인감 등록도 안 되어 있다고.

그리고 그날 밤, 하나를 더 여쭤봤다.

"혹시 사실확인서는 제가 작성하면 안될까요..
어머니가 일본에 계셔서 직접 받아오는게 번거로울 것 같아서요 ㅠ"
(제발... 제발!! 된다고 말해)

"아쉽게도 법원에서는 필적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혹시나 추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타격이 클 것 같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어머니께서 직접 작성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사실확인서 양식도 함께 보내주셨다.

답은 예상대로였다.
어머니 본인이 직접 쓰셔야 하는 서류였다.

역시 꼼수는 통하지 않았다 :)
그리하여 초안은 내가 쓰고, 사실확인서를 받으러 일본에 직접 다녀 오기로 했다.

고양이 우는 짤
꼼수는 안통했다고 한다

어머니를 만나러 일본으로

그날 밤 바로 초안을 쓰기 시작했다.

1화에서 어머니께 들었던 이야기를 연도별로 다시 정리했다.
언제 처음 만났는지, 어디서 만났는지, 언제 나를 가지셨는지, 언제 연락이 끊겼는지.

표가 채워지고 나서야 그걸 문장으로 풀었다.

밤 11시, 변호사님께 초안을 보냈다.

다음 날 변호사님한테서 답장이 왔다.

"초안 잘 확인했습니다. 내용 충분합니다.
이대로 어머님께서 자필로 옮겨 적어 주시고, 인감도장 날인까지 해 주시면 됩니다."

휴.. 일단 1차 관문은 통과했다.
(내 인생 첫 법률 문서 초안이 한 번에 통과라니)

이제 남은 건 어머니의 손글씨뿐이었다.
그 주에 바로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이걸 다 써야 돼?"
초안을 받아 든 어머니의 첫마디였다.

일하다 보내는 짤 (유니야)
출처: 일하다 보내는 짤 (유니야)

"천천히 쓰셔도 돼요. 제가 옆에서 같이 봐드릴게요."

어머니는 흔쾌히 써 주셨다.
늘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으셨던 분이라,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고 하셨다.

일본에서 오래 지내셔서인지, 중간중간 맞춤법을 물어보시기도 했다.

"근데 이거 '됬다'야, '됐다'야?"
"아이고 틀렸네. 처음부터 다시 써야겠네."

어머니는 서툰 글씨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옮겨 적으셨다.
틀린 글자가 많아지면 새 종이를 꺼내 처음부터 다시 쓰시기를 반복하셨다.

그렇게 2시간쯤 흘러, 완성된 사실확인서는 손글씨로만 7장이었다.

자필 사실확인서


수요일 밤, 약속대로 스캔본을 보내 드렸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변호사님 답장이 와 있었다.

"멀리까지 다녀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한 줄에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변호사에게 수임료를 냈다고 해서 모든 걸 맡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내 사건의 정보는 결국 내가 제일 많이 안다.
자세하게 정리해서 상의하고, 자료 준비도 내가 먼저 나서야 일이 굴러간다.


소장 접수

그렇게 변호사님을 처음 만난 지 닷새 만에,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상대로 한 소장이 법원에 제출됐다.

그날 저녁, 변호사 사무실에서 메일이 한 통 왔다.

인지청구 인지대 송달료 납부 메일
돈 내라는 메일

맞다.. 변호사 수임료와 소송 비용은 별개다.
인지대와 송달료를 법원에 내야 비로소 접수 절차가 끝난다고 한다.

"대표님, 인지대랑 송달료는 나중에 일부 환급될 수도 있어서요. 환급받으실 계좌 알려 주시면 등록해 두겠습니다."

"네, 회사가 아니라 제 개인이 납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회사 일이 아니라 내 일이니까.
합쳐서 10만 원이 안 되는 돈이었고, 메일을 받자마자 바로 납부했다.
(변호사 비용에 비하면 이건 거의 커피값 수준..)

이로써 아버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정말로 시작됐다.

아는 거라곤 이름과 직업군인이었다는 것, 그게 전부였는데도.


다음 글에서는 주소도 모르는 아버지를, 법원을 통해 찾아 나선 과정을 써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