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를 늘려도 자연 유입이 늘지 않는 이유 - pSEO 실전 후기

나는 계산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나이 계산, 연봉 실수령액처럼
일상에서 자주 쓰는 계산기를 모아 둔 곳이다.
광고를 붙인 뒤로 욕심이 생겼다.
유입을 더 늘리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가설을 세웠다.
페이지가 많아지면 → 롱테일 키워드로 검색 유입이 늘고 → 트래픽이 늘면 → 광고 수입도 늘지 않을까?
마침 요즘은 AI로
페이지를 대량으로 찍어 내기 쉽다.
이른바 pSEO를 해 보기로 했다.
여기서 pSEO(프로그래매틱 SEO)란,
템플릿 하나에 데이터만 바꿔 끼워서
검색용 페이지를 대량으로 자동 생성하는 방법을 말한다.
여행·부동산·비교 서비스처럼
"[도시] 맛집", "[A] vs [B]" 같은
검색어 조합이 많은 업계에서
롱테일 키워드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 쓰는 SEO 기법이다.
검색어 조합 하나하나는 검색량이 작아도,
페이지 수가 많으면 합쳐서 큰 유입이 된다는 계산이다.
페이지 대량 생성 시작
먼저 어떤 페이지를 찍어 낼지 정해야 했다.
지역 이름만 바꿔 끼우면
페이지를 수천 장 만들 수 있는 주제가 필요했다.
그래서 고른 게 지역 통계 페이지다.
전국 시군구·읍면동의 인구와 가구 통계를
지역마다 한 페이지씩 보여 주는 페이지다.
시군구부터 읍면동까지
지역마다 개요 페이지를 만들고,
그 아래에 인구 추이·연령·가구 같은
세부 페이지를 하나씩 더 달았다.
틀 하나에 지역 이름만 바꿔 넣으니
페이지가 순식간에 수천 장이 됐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3주 후 Search Console 결과
3주쯤 지나 Search Console을 열어 봤다.
- 검색에 뜬 페이지: 2.7배 (1,528 → 4,055)
- 클릭: 19% 증가 (1,032 → 1,232)

페이지는 세 배 가까이 늘었는데,
클릭은 거의 그대로였다.
페이지 하나당 클릭은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나의 단순한 계산은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그 뒤로는 클릭이 오히려 줄기 시작했다.
원래 잘 들어오던 키워드들까지
검색 순위가 밀려나고 있었다.

평균 순위는 7.15위에서 7.75위로 내려갔고,
같은 시기에 광고 단가도 바닥을 찍었다.
큰일이 난 것이다.
원인부터 찾아야 했다.
원인 분석
Search Console 데이터를 BigQuery로 뽑아 날짜별로 다시 보고,
서버 기록도 열어 보고,
AI에게도 이것저것 물어보며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다.
처음엔 크롤 예산을 의심했다.
페이지가 너무 많아서
구글이 다 못 읽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구글의 크롤 예산 문서를 보니,
이건 고유 페이지가 100만 개를 넘는
대형 사이트나,
1만 개가 넘는 페이지가 매일 바뀌는
사이트 이야기였다.
내 사이트는 해당이 없었다.
그중 단서가 될 만한 것이 몇 가지 눈에 띄었다.
첫째, 순서가 이상했다.
클릭이 먼저 꺾였고, 구글봇은 그다음에 왔다.
페이지를 대량으로 올린 직후부터
클릭이 줄기 시작했다.
구글봇 방문이 평소의 3.7배로 뛴 건 며칠 뒤였다.
구글이 갑자기 커진 사이트의 순위를 먼저 낮춰 두고,
무슨 일인지 확인하러 온 것처럼 보였다.
둘째, 클릭은 늘 같은
200개 남짓한 페이지에서만 나왔다.
새로 만든 페이지 대부분은
검색 결과에 노출만 되고 클릭은 거의 없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사람들이 검색하는 건 큰 도시 몇 곳이지,
처음 들어 보는 동네의 가구 수 추이가 아니다.
셋째, 구글 문서에 답이 있었다.
구글은 검색 센터 블로그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콘텐츠가 많은 사이트는
검색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런 콘텐츠를 지우면
나머지 페이지의 순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 스팸 정책에는
'규모화된 콘텐츠 남용'이라는 항목이 따로 있다.
검색 순위를 노리고
쓸모없는 페이지를 대량으로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까지 조사하니 그림이 그려졌다.
아무도 클릭하지 않는 페이지 수천 장이,
잘 되던 페이지들의 평가까지
끌어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부 페이지 통폐합
자, 그럼 바로 적용해 봐야 하지 않겠나.
먼저 세부 페이지들이
실제로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 봤다.
검색 결과에는 꽤 뜨는데,
클릭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 페이지가 클릭 한 번 받는 데
평균 55일이 걸렸다.
강원도 영월읍 인구 추이 페이지가 대표적이었다.
3주 동안 검색 결과에 341번 노출됐는데
클릭은 1번이었다.
순위가 나빴던 것도 아니다.
세부 페이지들의 평균 순위는 6-8위였다.
그런데 클릭률은 0.95%로
사이트 평균 1.5%보다 낮았다.
검색한 사람이 보기에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는 페이지였던 셈이다.
게다가 같은 지역을 검색한 사람을
개요 페이지와 세부 페이지가 나눠 받는 구조였다.
한 페이지에 모아 두는 편이
검색하는 사람에게도 나았다.
남겨 둘 이유가 없었다.
AI 에이전트에게 이렇게 시켰다.
"지역 세부 페이지(추이·연령·가구) 3종을 없애고 내용은 개요 페이지 한 곳에 모아 줘. 옛 주소는 전부 개요 페이지로 301 리다이렉트 걸고, 사이트맵에서도 빼 줘."

바로 배포했다.
지역 페이지 노출의 22% (약 1천 페이지 분량)를
내 손으로 걷어낸 셈이라, 솔직히 조마조마했다.
통폐합 결과
- 2일 후: 검색 유입이 바닥을 찍었다.
- 그 후: 유입·순위·광고 단가가 함께 반등했다.
- 6일 후: 페이지를 늘리기 직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같은 시기에 다른 요인이 있었을 수도 있어서
이게 전부 통폐합 덕이라고 단정하지는 않고 있다.
그래도 지표 여러 개가
한꺼번에 같은 방향으로 돌아선 건 처음이었다.
Search Console 점검 방법
pSEO로 페이지를 늘리고 있다면
Search Console 실적 보고서부터 열어 보자.
'페이지' 탭에서
페이지별 클릭과 노출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볼 것은 세 가지다.

- 클릭을 받은 페이지 수가 늘었는지
- 페이지 하나당 클릭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 석 달 동안 한 번도 검색에 안 뜬 페이지가 몇 장인지
페이지가 수천 장이면 화면에서 하나씩 보기 어렵다.
나는 Search Console 데이터를 BigQuery로 내보내
같은 틀로 만든 페이지끼리 묶어서 봤다.
페이지 색인 생성 보고서도 함께 보자.
'크롤링됨 - 현재 색인이 생성되지 않음',
'발견됨 - 현재 색인이 생성되지 않음'이 계속 늘고 있다면,
구글이 새 페이지를 찾거나 읽고도
색인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페이지 정리 기준
정리할 페이지는 이렇게 나눴다.
- 클릭이 꾸준하다 → 그대로 둔다
- 검색에 뜨는데 클릭이 적다 → 보강한다
- 비슷한 페이지가 여러 장이다 → 합치고 301 (리디렉션)
- 찾는 사람도, 컨텐츠도 빈약한 페이지다 → Noindex 처리 (GoogleBot만 Noindex해도 무방)

여기서 페이지를 통폐합 할 때는 404가 아니라 301을 걸어주는게 좋다.
404로 페이지를 삭제할 경우
그 페이지가 그동안 쌓은 평가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301로 옮기면 그 평가가 통폐합된 페이지로 넘어가고,
옛 주소로 들어온 방문자도 그대로 통폐합된 페이지로 이어받을 수 있다.
pSEO 시작 전 확인 사항
이제 막 pSEO를 시작하려 한다면,
페이지를 찍어 내기 전에 이것부터 확인하자.
- 템플릿에 넣을 조합마다 실제 검색량이 있는지
- 페이지마다 다른 페이지에 없는 고유한 정보가 있는지 (중복된 컨텐츠가 적을수록 좋다)
- 같은 검색어를 두 페이지가 나눠 갖지 않는지
- 한꺼번에 다 올리지 않고 일부만 먼저 공개하여 반응보기 (점진적 색인 확대)
- 클릭을 받은 페이지 수를 추적할 준비가 돼 있는지
- 새 페이지가 내부링크로 이어져 있는지 (새페이지가 고립되면 안된다)
내부 링크 구조
마지막 항목은 흔히 놓치는 부분이라 조금 더 설명을 추가
사이트맵에만 올려 두고
사이트 안에서는 어디서도 링크하지 않는 페이지를
고립 된 페이지(orphan page)라고 부른다.
구글은 링크를 따라가며 페이지를 찾는다.
그래서 링크로 이어지지 않은 페이지는
발견이 늦고, 사이트 안에서 중요한 페이지로 보이기도 어렵다.
pSEO에서 흔히 권하는 방법은 허브 앤 스포크 구조다.
상위 페이지(허브)가 아래 페이지(스포크)를 모두 링크하고,
각 아래 페이지는 다시 허브와 이웃 페이지로 연결하는 식이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지역 별 인구 통계 페이지라면
시도 페이지가 허브가 되어 그 안의 시군구를 링크하고,
시군구 페이지는 시도와 인접 지역을 링크해야 원활한 색인에 도움이 된다.
마무리
이 일을 겪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페이지 수를 늘린다고 무조건적으로 검색 유입이 늘지는 않는다.
검색하는 사람이 실제로 찾는 정보가 있는, 고유한 컨텐츠 페이지여야만 유입을 만든다는 것이다.
최근 구글은 고유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 되는 (흔히 검색 한번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 위주) 페이지는 더욱 엄격한 잣대로 색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페이지를 무작정 더 만들기 전에, 덜어내고 합칠 페이지가 없는지, 보강할 페이지가 없는지 먼저 찾아보도록 하자.






